수퍼히어로 잡설
예전에 쓴 글을 우연히 찾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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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첫째 아드님과 “스파이더맨: 홈커밍”을 봤습니다. 물론 재밌었습니다. 보고 나니 잡생각이 마구 떠오릅니다. 두서없이 막 던져봅니다.
유난히
북미에서 수퍼히어로영화가
많이 제작되고 소비되고 재생산됩니다. 인기 만발이죠. 아이들 생일파티에 가보면 배트맨,스파이더맨,슈퍼맨, 아이언맨, 어벤저스… 등등 영웅 캐릭터들이 아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합니다. 물론 주로 남자아이들에게 선점되는 영웅들입니다. 여자 영웅들도 간혹 나오지만 (슈퍼우먼,캣우먼) 주로 아이들에게 소비되는 영웅들은 남성 영웅들이죠. 젠더감수성이 특별하게 있지 않아도 “히어로=남성”의
등식은 쉽게 눈에 들어옵니다. 게다가 어릴 때부터 영웅들에게 친숙한 미국의 아이들은 이 공식을 어릴 때부터 내재화시킵니다.
분명
히어로 물은 복잡하고 다층적인 서사구조, 세계관, 철학이 담겨 있을 것입니다. 단순하게 영웅과 악당의 대결 구도로 이해하는 것은 아주 단선적이고 피상적인 이해임이 분명합니다. 영웅이나 악당이나 캐릭터 자체도 평면적(flat)이지 않고 심리적 변화나 성격이 복잡(round)합니다. 인물간의 관계도 다양한 층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슈퍼영웅들은 다양한 도덕적 가치 (용기, 정의, 희생, 평등 등등) 를 추구하는 듯 보입니다.
옛날에
처음 엑스맨이 나왔을 때, 한국에서 친구들과 영화를 보고 나서 저는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했죠. “이건 뭐.. 어른들이 보는 ‘우뢰매’ 구먼!” 돌연변이(뮤턴트) 인물들에게 대한 정치적, 사회적, 종교적, 철학적 맥락과 층위를 전혀 읽어내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용감한 발언을 한 것이죠. 하지만, 대중들이 수퍼히어로 물을 좋아하고 친숙하게 여기는 이유는 표면 아래에 있는 심층적 구조나 치밀한 세계관 때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마니아층이나 “진지한” 애호가에게는 다른 이야기가 되겠지만, 저와 같은 보통의 관객의 입장에서 보면, 영웅이 악당을 물리치는 간결하고 솔직한 서사구조에 (물론 작가와 감독의 의도가 아닐지라도) 가장 큰 매력을 느낀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악당을 물리치는 방식은 늘 시원하고 “스펙타클” 합니다.
그런데 영웅과 악당의 대립 구도 혹은 영웅의 지배 구도는 뭔가 여러 면에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히어로는 악당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인물입니다. 역설적이지만, 악당이 없다면 영웅은 근본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거죠. 히어로 장르의 영화에서는 영웅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대척점에 늘 “적”을 만들어야 합니다. 음….물론 적은 대화의 타협 상대가 아닙니다. 제거되어야 하는 대상입니다.
막연히 추측하기론, 수퍼영웅의 미국 대중문화에서의 출현과 흥행 (영화뿐만
아니라 코믹북) 은 이차대전 종전 이후 혹은 냉전시대 (혹은 포스트 9/11?) 를 경험과 밀접한 연관이 있지 않나 생각을 해봅니다(아니면 어쩌지…할 수 없지). 파시즘과 공산주의 (혹은 테러리즘? )의 경험 속에서 국가과 시민을 위협하는 실제적인 “적”의
존재를 통렬히 인식하고, 수퍼파워를 가지고 그들과 맞서 싸우는 영웅적 존재를 소망하고(혹은 경험하고) 수퍼영웅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냄으로써 그들의 소망을 투사한 것이 아닌가 하는거죠. 판타지 장르가 기본적으로 현실 속에서의 불가능한 소망을 현실화시킴으로써 사람들의 실현 불가능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기능을 한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미국 대중문화에서 수퍼영웅의 탄생과 부흥은 불가피하게 미국의 사회정치적 상황과 깊이 연관이 되어있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영웅과 악당의 구도, 그리고 영웅의 우월한 도덕적 “선”의
지위가 우리의 삶의 소소한 영역으로 들어와서 이념적으로 내면화되고 구조화되는 것입니다. 영웅과 악당 구도의 헤게모니가 깊숙이 뿌리내리면, 그래서 일차원적인 ‘선악’의
대결과 ‘징악’의
가치가 만연하게 되면, 사건과 관계를 이해하는 방식은 매우 일차원적으로 빠져듭니다. 선악의 경계는 대부분의 경우 늘 모호하고 양면적이고 복잡합니다. 선 “과” 악 사이에 수 많은 사연과, 이유와, 스토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평면적 대결구조 (상당히 제국주의적 이해방식) 는 결국, “누가 영웅의 자리를 차지할 것인가?” “누구에게 악당의 자리를 전가할 것인가?” 그리고 “악당으로 라벨은 붙은 그룹은 어떻게 다루어져야 하는가?” 를 단순하게 묻고 단순하게 대답하게 합니다.
그리고, 국가, 이념, 종교, 젠더, 인종의 차원에서 이 영웅vs악당의 담론, 구조, 그리고 관계 맺는 방식은 상당히 공고하게 자리 잡았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근저에 영웅 서사를 소비하는 문화적 담론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전공자도 아닌데 마구잡이로 생각해봅니다. 이미 영화평론가들, 영문학자들과 사회학자들이 수 많은 글을 쓰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성서학적 관점을 덧붙이자면, 몇 가지 페이퍼를 쓸 수 있는 포인트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잡설이 길어지니 짧게 언급하자면…뭐 큼직하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퍼영웅 서사를 소비하는 북미의 문화적 정황에서 현대 독자들에게 성서는 어떻게 수용되고 해석되고 있는가? 성서에 나오는 소위 “수퍼영웅”의
이야기들은 이런 문화적 정황에서 어떻게 새롭게 이해되고 해석되는가? 일종의 reception history의 관점에서의 해석이 되겠네요. 혹은 살짝 관점을 비틀어서, 현대적 영웅서사의 관점에서 성서를(특정
본문)을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The Gospel According to the Marvel and DC? . 이렇게 쓰면 책 좀 팔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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